본문 바로가기
달빛의소리 달빛의소리

항암제 임상시험의 ORR과 DOR이란 무엇인가? 바이오기업의 종양반응 데이터를 읽는 방법

읽는 시간 약 31분

바이오기업이 항암제 임상시험 중간결과를 발표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보도자료의 제목에는 이런 문장이 적혀 있습니다.

“객관적반응률(ORR) 66.7% 확인”

상당히 강한 결과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발표자료를 조금 더 내려가 보니 평가 가능한 환자는 12명이었고, 이 가운데 8명이 반응했습니다.

CR은 1명, PR은 7명이었습니다.

반응한 환자 가운데 상당수는 아직 추적관찰 중이어서 Median DOR은 NR(Not Reached)이었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할까요?

ORR 66.7%이니 매우 성공적인 임상이라고 봐야 할까요?

Median DOR이 NR이니 반응이 아주 오래 지속되고 있다고 판단해도 될까요?

아직은 둘 다 이릅니다.

이 임상에서 투자자가 확인해야 할 것은 66.7%라는 숫자 하나가 아닙니다.

몇 명을 대상으로 나온 66.7%인지, 어떤 환자가 반응했는지, 그 반응이 얼마나 깊었는지, 얼마나 오래 유지되고 있는지, 데이터가 어느 정도 성숙했는지, 기존 치료와 비교했을 때 어느 정도 의미가 있는지를 순서대로 확인해야 합니다.

직전 글에서는 OS와 PFS, Hazard Ratio를 통해 항암제 임상시험의 생존 데이터를 읽었습니다.

이번에는 종양 자체의 반응으로 시선을 옮겨보겠습니다.

그리고 단순히 ORR과 DOR의 정의를 외우는 데서 끝내지 않고 실제 바이오기업의 임상 발표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까지 연결해 보겠습니다.

ORR은 ‘몇 명에게 종양반응이 나타났는가’를 보여준다

ORR은 Objective Response Rate의 약자로 일반적으로 객관적반응률이라고 합니다.

항암제 임상에서는 사전에 정해진 평가기준에 따라 종양이 일정 수준 이상 감소하거나 사라진 환자의 비율을 의미합니다.

여기에서 자주 등장하는 것이 다음 네 가지 반응입니다.

CR은 Complete Response, 완전반응입니다.

PR은 Partial Response, 부분반응입니다.

SD는 Stable Disease, 안정병변입니다.

PD는 Progressive Disease, 진행병변입니다.

일반적인 ORR 계산의 핵심은 CR과 PR입니다.

단순화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ORR = (CR 환자 수 + PR 환자 수) ÷ 평가 대상 환자 수 × 100

예를 들어 평가 대상 환자가 40명이고 결과가 다음과 같다고 가정하겠습니다.

CR 4명

PR 16명

SD 12명

PD 8명

CR과 PR을 합치면 20명입니다.

따라서 ORR은

20 ÷ 40 × 100

= 50%

입니다.

여기까지는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투자분석은 ORR을 계산한 다음부터 시작됩니다.

ORR 50%라는 숫자를 보면 먼저 분모부터 확인한다

바이오기업의 임상 발표에서 ORR 50%라는 숫자를 발견했다고 하겠습니다.

바로 효과가 좋다고 판단하기 전에 가장 먼저 확인할 것은 몇 명 중 몇 명인가입니다.

A 임상은

10명 중 5명 반응

ORR 50%

이고,

B 임상은

200명 중 100명 반응

ORR 50%

이라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표면적인 ORR은 같습니다.

하지만 두 데이터의 불확실성까지 같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10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에서는 환자 한 명의 결과가 바뀌는 것만으로 ORR이 10%포인트 움직일 수 있습니다.

5명이 반응하면 50%지만 4명이면 40%, 6명이면 60%입니다.

반면 200명 가운데 한 명의 결과가 달라진다고 해서 ORR이 같은 폭으로 움직이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초기 임상에서는 퍼센트만 읽는 습관이 특히 위험합니다.

ORR 66.7%

라는 숫자를 발견했다면 머릿속에서 바로 다음 질문으로 바꾸는 것이 좋습니다.

“몇 명 중 몇 명이지?”

3명 중 2명도 66.7%이고,

30명 중 20명도 66.7%이며,

300명 중 200명도 약 66.7%입니다.

같은 퍼센트지만 투자자가 받아들여야 할 데이터의 무게는 같지 않습니다.

달빛의소리에서는 ORR을 ‘반응률’ 하나로 읽지 않는다

여기서부터 ORR을 다섯 개의 질문으로 나누겠습니다.

얼마나 많은 환자가 반응했는가?

ORR입니다.

얼마나 깊게 반응했는가?

CR과 PR의 구성입니다.

그 반응은 얼마나 오래 지속됐는가?

DOR입니다.

얼마나 충분히 관찰했는가?

Follow-up과 Data Cut-off입니다.

그 반응을 얻기 위해 어떤 대가를 치렀는가?

안전성입니다.

이 다섯 질문을 하나의 묶음으로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ORR 하나만 보면 임상시험의 한 면만 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CR이 나왔다고 ‘완치’라고 해석하면 안 된다

CR은 Complete Response입니다.

이름 때문에 특히 오해하기 쉽습니다.

항암제 임상에서 CR은 평가기준에 따라 측정 가능한 종양의 증거가 사라진 상태를 의미하지만 CR 자체를 환자의 완치와 같은 의미로 사용해서는 안 됩니다.

종양이 영상에서 확인되지 않는 것과 암이 다시는 재발하지 않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따라서 바이오기업이

“CR 확인”

이라고 발표했을 때 이를

“환자 완치”

로 바꿔 해석해서는 안 됩니다.

PR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PR은 종양이 사전에 정한 기준 이상 감소했지만 CR에는 해당하지 않는 반응입니다.

투자자에게 중요한 것은 CR과 PR의 세부 판정공식을 모두 외우는 것이 아닙니다.

어떤 기준으로 반응을 평가했는지 확인하고, ORR을 구성하는 반응의 깊이를 구분할 수 있으면 됩니다.

같은 ORR 50%도 내용은 전혀 다를 수 있다

두 항암제가 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A신약은

CR 5%

PR 45%

ORR 50%

입니다.

B신약은

CR 30%

PR 20%

ORR 50%

입니다.

둘 다 ORR은 정확히 50%입니다.

하지만 반응의 구성은 상당히 다릅니다.

따라서 기업 발표에서 ORR만 제시되어 있다면 가능하면 CR과 PR을 따로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정 암종이나 치료환경에서는 얼마나 깊은 반응이 나타났는지가 중요한 추가정보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B신약이 반드시 A신약보다 우수하다고 결론 내릴 수도 없습니다.

반응이 얼마나 오래 지속됐는지 아직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다음 숫자가 필요합니다.

DOR은 ‘반응한 환자에게 그 효과가 얼마나 오래 갔는가’를 본다

DOR은 Duration of Response, 반응지속기간입니다.

일반적으로 객관적인 종양반응이 처음 확인된 시점부터 질병 진행이 확인될 때까지 반응이 얼마나 지속되는지를 평가합니다.

구체적인 사건 정의와 분석방법은 해당 임상시험의 프로토콜과 통계분석계획을 확인해야 합니다.

ORR과 DOR을 가장 간단하게 구분하면 이렇습니다.

ORR = 얼마나 많은 환자가 반응했는가

DOR = 반응한 환자에서 그 반응이 얼마나 오래 지속됐는가

이 두 지표는 같이 봐야 의미가 커집니다.

가상의 두 신약을 비교해 보겠습니다.

A신약

ORR 60%

Median DOR 4개월

B신약

ORR 40%

Median DOR 15개월

ORR만 보면 A신약이 앞섭니다.

하지만 DOR까지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A신약은 더 많은 환자에게 반응이 나타났지만 그 반응의 중앙 지속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습니다.

B신약은 반응한 환자의 비율은 낮지만 일단 반응한 환자에서는 더 긴 반응이 관찰됐습니다.

이 정보만으로 어느 치료제가 더 좋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ORR 하나만 비교했을 때보다 훨씬 많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ORR과 DOR은 애초에 보고 있는 환자집단이 다르다

여기서 중요한 차이가 하나 있습니다.

100명의 평가 대상 환자 가운데 40명이 CR 또는 PR을 보였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ORR은 40%입니다.

ORR을 계산할 때는 전체 평가 대상 환자를 기준으로 반응한 환자의 비율을 보는 것입니다.

반면 DOR은 실제로 반응을 보인 환자에서 그 반응이 얼마나 지속됐는지를 평가합니다.

따라서

ORR 40%, Median DOR 12개월

이라는 결과에서 40%와 12개월은 같은 집단을 같은 방식으로 요약한 숫자가 아닙니다.

이 차이를 알고 있어야 두 지표를 혼동하지 않습니다.

SD가 있는데 왜 ORR에는 포함하지 않을까

SD는 Stable Disease, 안정병변입니다.

종양이 PR 기준에 도달할 정도로 감소하지 않았지만 PD라고 판단할 만큼 진행하지도 않은 상태입니다.

종양이 커지지 않았다면 치료효과라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가능성은 있습니다.

하지만 SD만으로 치료제가 종양을 직접 줄였다고 판단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질환 자체의 진행속도가 느린 환자도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일반적인 ORR에서는 SD를 포함하지 않고 CR과 PR을 중심으로 계산합니다.

SD까지 포함해 질병이 통제된 환자의 비율을 살펴볼 때는 DCR, 즉 Disease Control Rate라는 지표가 사용되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CR, PR, SD를 포함해 계산할 수 있지만 SD를 어느 기간 이상 유지해야 인정하는지 등 구체적인 정의는 임상시험마다 확인해야 합니다.

따라서 ORR과 DCR을 같은 지표처럼 읽어서는 안 됩니다.

Median DOR 10개월도 ‘모든 환자가 10개월 반응했다’는 뜻은 아니다

직전 OS·PFS 글에서 Median의 의미를 살펴봤습니다.

DOR에서도 같은 원칙이 적용됩니다.

Median DOR이 10개월이라고 해서 반응한 모든 환자에게 정확히 10개월 동안 효과가 유지됐다는 뜻이 아닙니다.

어떤 환자는 몇 개월 만에 진행할 수 있고 어떤 환자는 훨씬 오랫동안 반응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10개월은 반응지속기간 분포를 요약한 중앙값입니다.

따라서 DOR을 볼 때도 숫자 하나에서 멈추지 말고 가능하다면 신뢰구간과 추적기간 등을 함께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DOR이 NR이면 좋은 결과일까

바이오기업의 발표에서

Median DOR: NR

이라는 표현을 볼 수 있습니다.

NR은 문맥상 Not Reached, 즉 중앙값에 아직 도달하지 않았다는 의미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많은 반응 환자에게서 아직 진행 사건이 발생하지 않아 DOR 중앙값을 계산할 수 없는 상황일 수 있습니다.

긍정적인 신호일 가능성은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반응이 매우 오래 지속된다.”

라고 바로 결론 내리면 안 됩니다.

가상의 두 임상을 비교해 보겠습니다.

A 임상

Median DOR: NR

Median Follow-up: 3개월

B 임상

Median DOR: NR

Median Follow-up: 18개월

둘 다 화면에는 똑같이 NR이라고 표시됩니다.

하지만 두 데이터가 주는 정보는 같지 않습니다.

A는 아직 관찰기간 자체가 매우 짧아서 중앙값에 도달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반면 B는 더 긴 추적기간에도 중앙값에 도달하지 않은 상황이라면 반응의 지속성에 대해 더 많은 정보가 축적된 상태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DOR에서 NR을 발견하면 다음 질문은 자동으로 이것이어야 합니다.

“추적기간은 얼마나 됐지?”

ORR → DOR → Follow-up을 하나의 세트로 읽는다

이제 달빛의소리 방식으로 하나의 규칙을 만들 수 있습니다.

항암제 초기 임상에서 ORR이 발표되면 세 숫자를 순서대로 봅니다.

ORR → DOR → Follow-up

첫 번째 질문은

얼마나 많은 환자가 반응했는가?

두 번째 질문은

그 반응이 얼마나 오래 유지됐는가?

세 번째 질문은

그렇게 말할 만큼 충분히 오래 관찰했는가?

입니다.

예를 들어

ORR 70%

Median DOR NR

이라고만 발표됐다면 상당히 좋아 보입니다.

그런데 Median Follow-up이 2.5개월이라면 DOR의 지속성에 대해서는 아직 불확실성이 큽니다.

반대로 충분한 추적기간이 축적됐는데도 많은 환자가 반응을 유지하고 있다면 데이터의 의미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즉 NR이라는 문자 자체가 좋은 것이 아니라 NR을 만들어낸 시간과 사건의 구조가 중요합니다.

Confirmed ORR인지 확인해야 하는 이유

임상시험 중간결과에서는 Confirmed Response와 Unconfirmed Response라는 표현도 등장할 수 있습니다.

종양이 한 번 감소했다고 해서 항상 최종 반응으로 확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임상시험의 평가기준에 따라 후속 평가에서 반응을 확인해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12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초기 임상에서 현재 8명이 PR 기준에 도달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그런데 그중 3명은 아직 후속 평가를 받지 않았습니다.

기업이 이들을 어떻게 표시했는지에 따라 투자자가 받아들여야 할 데이터의 확실성이 달라집니다.

특히 소규모 임상에서는 환자 한두 명이 전체 ORR을 크게 움직입니다.

그래서 임상 발표에서 높은 ORR을 발견했다면

Confirmed ORR인가?

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분모를 바꾸면 같은 데이터도 다르게 보일 수 있다

이번에는 조금 더 현실적인 가상 사례를 만들어 보겠습니다.

A바이오가 임상시험에 총 30명의 환자를 등록했습니다.

그런데 데이터 발표 시점에는

30명 등록

28명 투약

20명 효능평가 가능

12명 객관적반응

이라고 가정하겠습니다.

평가 가능 환자 20명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12 ÷ 20 = ORR 60%

입니다.

그런데 전체 등록 환자 30명이라는 숫자와 함께 보면 다른 질문이 생깁니다.

나머지 10명은 왜 효능평가에 포함되지 않았을까요?

아직 첫 영상평가 시점에 도달하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중도탈락했을 수도 있습니다.

다른 사유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임상이 진행 중이라면 평가 가능한 환자 수와 전체 등록 환자 수가 다른 것 자체가 이상한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투자자가 60%라는 숫자의 분모가 누구인지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ORR을 보면 다음 세 숫자를 가능하면 함께 확인합니다.

전체 등록 환자 수

실제 치료받은 환자 수

효능 평가에 포함된 환자 수

그리고 왜 차이가 발생했는지 확인합니다.

여기에서 ‘ORR 착시’가 발생할 수 있다

가상의 중간 임상 결과를 보겠습니다.

첫 발표:

평가 가능 환자 6명

반응 환자 5명

ORR 83.3%

몇 달 후 업데이트:

평가 가능 환자 20명

반응 환자 12명

ORR 60%

표면적으로만 보면

83.3% → 60%

로 떨어졌습니다.

그러면 약효가 약해졌다고 판단해야 할까요?

그렇게 단순하게 볼 수 없습니다.

처음에는 환자가 6명뿐이었습니다.

이후 더 많은 환자가 평가되면서 추정치가 변한 것입니다.

초기 소규모 데이터에서는 새로운 환자가 추가될 때 ORR이 크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바이오기업의 초기 임상 중간발표를 추적할 때는 단순히

이전 ORR과 현재 ORR의 차이

만 보는 것이 아니라

환자 수가 어떻게 증가하면서 ORR이 변화했는가

를 같이 기록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것은 초기 임상 데이터를 추적할 때 상당히 유용한 방법입니다.

달빛의소리식 ‘ORR 안정성 추적표’를 만들어보자

한 기업의 초기 임상 데이터를 계속 추적한다고 가정하겠습니다.

발표 시점평가 환자반응 환자ORRMedian DOR추적기간
1차 발표6명5명83.3%NR3개월
2차 발표12명8명66.7%NR6개월
3차 발표20명12명60.0%9개월11개월
4차 발표40명23명57.5%11개월16개월

이 표는 모두 설명을 위한 가상의 데이터입니다.

처음 숫자만 보면 ORR이

83.3% → 66.7% → 60.0% → 57.5%

로 계속 하락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실패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환자 수가 6명에서 40명으로 증가하는 동안 ORR이 일정 범위로 수렴하고 있고 DOR과 추적기간에 대한 정보도 점점 축적되고 있습니다.

이것을 단순한

“ORR 하락”

으로만 해석하는 것과

“표본이 늘어나면서 반응률 추정치의 불확실성이 줄어드는 과정”

으로 보는 것은 전혀 다른 분석입니다.

초기 바이오 임상에서 중요한 것은 첫 번째 숫자가 얼마나 화려했느냐만이 아닙니다.

환자 수가 증가해도 그 신호가 유지되는가

가 훨씬 중요할 수 있습니다.

Data Cut-off 날짜를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이유

임상 결과에는 Data Cut-off Date, 즉 데이터 마감일이 있습니다.

임상시험은 계속 진행되고 있는데 특정 날짜까지 확보된 데이터만 잘라서 분석하는 것입니다.

이 날짜 이후에는 새로운 환자가 추가될 수 있습니다.

PR이던 환자가 CR로 바뀔 수도 있습니다.

미확정반응이 확정될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반응을 유지하던 환자에게 질병 진행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같은 임상시험의 두 발표를 비교할 때는

Data Cut-off가 언제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학회 초록, 회사 보도자료, 학회 현장 발표가 서로 다른 시점의 데이터를 사용하는 경우 숫자가 조금씩 달라질 수 있습니다.

숫자가 달라졌다고 곧바로 회사가 틀린 정보를 발표했다고 판단하기 전에 데이터 마감일과 환자 수가 같은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단일군 임상에서는 ORR을 더 조심스럽게 읽어야 한다

항암제 초기 개발에서는 대조군이 없는 Single-arm Trial, 즉 단일군 임상을 자주 접할 수 있습니다.

이때 ORR은 약물의 항종양 활성을 평가하는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단일군 임상에서

“기존 치료보다 ORR이 높다.”

고 말하려면 특히 주의해야 합니다.

현재 시험의 환자와 과거 임상의 환자가 완전히 같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치료선이 다를 수 있습니다.

바이오마커가 다를 수 있습니다.

환자의 전신상태가 다를 수 있습니다.

이전 치료 경험이 다를 수 있습니다.

반응평가 방식도 다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단일군 임상에서 ORR 60%가 나왔다고 해서 과거 다른 시험의 ORR 30%와 단순 비교해

“효과가 두 배다.”

라고 계산해서는 안 됩니다.

그 비교가 얼마나 타당한지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서로 다른 기업의 ORR을 숫자만으로 비교하지 않는다

이 원칙은 경쟁약 비교에서도 중요합니다.

A신약 ORR 65%

B신약 ORR 45%

라고 하겠습니다.

숫자만 보면 A신약이 압도적으로 좋아 보입니다.

하지만 A신약은 바이오마커 양성 환자만 선별한 1차 치료 임상이고, B신약은 여러 치료에 실패한 환자를 대상으로 한 4차 치료 임상이라면 어떨까요?

65%와 45%를 그대로 비교하는 것이 공정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경쟁약 데이터를 비교할 때는 최소한 다음 조건을 맞춰 봐야 합니다.

같은 암종인가?

같은 치료선인가?

비슷한 바이오마커 환자인가?

이전 치료 경험은 비슷한가?

단독요법과 병용요법 가운데 어느 것인가?

반응평가기준은 같은가?

Independent Review인지 Investigator Assessment인지 같은가?

추적기간은 비슷한가?

즉 경쟁약 비교에서는 숫자를 맞추기 전에 환자와 시험조건부터 맞춰야 합니다.

ORR이 높다고 OS까지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서 직전 글과 연결됩니다.

ORR은 종양반응을 봅니다.

PFS는 질병 진행 또는 사망까지의 시간을 봅니다.

OS는 전체생존을 봅니다.

따라서 높은 ORR이 곧바로 긴 OS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종양이 빠르게 줄어들더라도 반응이 짧게 끝날 수 있습니다.

독성이 커서 치료를 오래 지속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후속치료가 OS에 영향을 줄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ORR만 보면 압도적이지 않더라도 특정 환자에서 매우 오래 지속되는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의 임상지표를 다음처럼 연결할 수 있습니다.

ORR

얼마나 많은 환자가 반응했는가?

↓

CR·PR

반응은 얼마나 깊었는가?

↓

DOR

그 반응은 얼마나 오래 지속됐는가?

↓

PFS

전체 환자에서 질병 진행을 얼마나 늦췄는가?

↓

OS

최종적으로 생존에는 어떤 변화가 나타났는가?

이것은 모든 항암제가 반드시 이 순서대로 효과를 증명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각 지표가 서로 다른 임상 질문에 답한다는 것을 한눈에 이해하기 위한 분석 구조입니다.

여기에서 바이오기업 가치평가와 연결된다

달빛의소리에서 임상지표를 공부하는 이유는 의학용어 자체를 외우기 위해서만은 아닙니다.

임상 데이터는 바이오기업 가치평가에서 가장 중요한 불확실성 가운데 하나를 바꿀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업분석 카테고리에서 우리는 이미

파이프라인 가치 → PoS → rNPV

를 살펴봤습니다.

이제 두 카테고리가 연결됩니다.

임상시험 전에는 파이프라인의 성공 가능성에 상당한 불확실성이 존재합니다.

↓

초기 임상에서 ORR이 발표됩니다.

↓

환자 수가 증가해도 반응이 유지되는지 확인합니다.

↓

DOR과 추적기간이 축적됩니다.

↓

PFS 데이터가 성숙합니다.

↓

후기 임상에서 더 강한 비교근거가 만들어집니다.

↓

임상 성공확률에 대한 시장의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

PoS 가정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

위험조정 파이프라인 가치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즉 ORR 60%라는 숫자가 기업가치를 직접 60% 올리는 것이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그 데이터가 파이프라인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얼마나 줄였느냐입니다.

이것이 신약개발 카테고리와 기업분석 카테고리를 연결하는 지점입니다.

같은 ORR 60%라도 기업가치에 주는 정보는 다를 수 있다

가상의 두 상황을 비교해 보겠습니다.

A바이오는 처음으로 사람에게 투여한 초기 임상에서 평가 가능한 환자 5명 중 3명에게 반응이 나타났습니다.

ORR 60%입니다.

B바이오는 확대된 환자군 100명 중 60명에게 확인된 반응이 나타났고, 충분한 추적기간 동안 DOR 데이터도 축적되고 있습니다.

B바이오도 ORR 60%입니다.

숫자는 같습니다.

그러나 두 데이터가 파이프라인의 불확실성을 줄여주는 정도는 같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A바이오 데이터는 흥미로운 초기 신호일 수 있습니다.

B바이오 데이터는 더 많은 환자와 더 긴 추적을 통해 그 신호의 재현성과 지속성에 대한 정보가 추가된 상태입니다.

따라서 투자자는 임상 데이터를

좋은 숫자 / 나쁜 숫자

두 가지로만 분류해서는 안 됩니다.

더 중요한 질문은 이것입니다.

“이번 데이터가 이전보다 무엇을 더 확실하게 만들어 주었는가?”

이 질문이 PoS와 rNPV를 공부했던 기업분석으로 연결됩니다.

반대로 ORR이 떨어졌다고 파이프라인 가치가 반드시 훼손되는 것도 아니다

앞의 가상 추적표에서 ORR은 83.3%에서 57.5%까지 떨어졌습니다.

표면적으로 보면 악화입니다.

하지만 첫 번째 데이터가 6명, 마지막 데이터가 40명을 대상으로 했다면 단순 비교만으로 결론 내리기 어렵습니다.

환자가 늘어나면서 초기의 극단적인 추정치가 보다 안정적인 수준으로 이동하는 과정일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환자가 늘어날수록 ORR이 계속 급격하게 떨어지고 DOR까지 짧아진다면 초기 신호의 재현성에 의문이 커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투자자가 봐야 하는 것은 한 번의 ORR 숫자가 아니라 데이터가 업데이트되는 방향입니다.

환자 수는 증가하고 있는가?

반응률은 어느 범위로 수렴하고 있는가?

CR은 유지되는가?

DOR은 길어지고 있는가?

추적기간이 늘어나도 반응이 유지되는가?

새로운 안전성 문제가 나타나지 않는가?

이렇게 임상 데이터를 시간축으로 놓으면 보도자료 하나만 읽었을 때보다 훨씬 많은 정보가 보입니다.

ORR이 아무리 좋아도 안전성은 별도로 확인한다

가상의 신약이 ORR 75%를 기록했다고 하겠습니다.

그런데 중증 이상반응이 매우 많고 치료중단률도 높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그렇다면 ORR 75%만으로 치료제의 전체 가치를 판단할 수 없습니다.

항암제에서는 결국 환자가 얻는 치료이익과 위험을 함께 평가해야 합니다.

따라서 ORR과 DOR을 확인한 다음에는 최소한

Grade 3 이상 이상반응,

Serious Adverse Events,

치료중단률,

용량감소,

치료 관련 사망

등을 함께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효능을 보여주는 숫자와 그 효능을 얻기 위해 감수한 독성을 분리해서 보면 안 됩니다.

실제 임상 발표를 보면 이 순서로 읽는다

지금까지 내용을 실제 투자분석용 순서로 압축해 보겠습니다.

바이오기업이 새로운 항암제 임상 결과를 발표했다면 가장 먼저 시험설계와 환자군을 확인합니다.

그다음 전체 환자 수와 ORR 계산에 사용된 분모를 확인합니다.

세 번째로 CR과 PR을 나눠서 반응의 깊이를 봅니다.

네 번째로 Confirmed Response인지 확인합니다.

다섯 번째로 DOR을 봅니다.

여섯 번째로 Follow-up 기간을 확인합니다.

일곱 번째로 Data Cut-off를 확인합니다.

여덟 번째로 평가방법과 독립적 판독 여부를 살펴봅니다.

아홉 번째로 가능하다면 PFS와 OS까지 연결합니다.

열 번째로 안전성을 확인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한 가지 질문을 추가합니다.

“이번 데이터가 이전보다 이 파이프라인의 불확실성을 얼마나 줄였는가?”

이 마지막 질문까지 해야 임상 데이터가 투자분석으로 연결됩니다.

숫자가 아니라 ‘불확실성이 줄어드는 과정’을 추적한다

초기 바이오 투자에서 가장 위험한 습관 가운데 하나는 첫 임상 결과의 가장 큰 숫자를 기업의 최종적인 약효처럼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ORR 80%.

CR 30%.

DOR NR.

각각 매우 강한 숫자로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환자가 몇 명인지,

반응이 확정됐는지,

얼마나 오래 추적했는지,

후속 환자에서도 재현되는지,

비교 가능한 기존 치료제가 무엇인지,

안전성은 어떤지

확인하기 전에는 데이터의 무게를 정확히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항암제 초기 임상을 볼 때는 단일 숫자보다 증거가 쌓이는 과정을 추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첫 데이터에서 신호가 나타납니다.

환자가 증가합니다.

반응률이 어느 정도 안정됩니다.

DOR이 축적됩니다.

추적기간이 길어집니다.

PFS가 나타납니다.

더 큰 시험에서 결과가 재현됩니다.

대조군과 비교할 수 있는 데이터가 생깁니다.

이 과정이 진행될수록 신약에 대한 불확실성은 달라집니다.

그리고 그 변화가 결국 바이오기업의 PoS와 파이프라인 가치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따라서 달빛의소리에서 ORR과 DOR을 공부하는 목적은 정의를 암기하는 데 있지 않습니다.

기업이

“ORR 66.7% 달성”

이라고 발표했을 때 그 숫자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몇 명 중 몇 명인가?

CR과 PR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가?

Confirmed Response인가?

DOR은 얼마나 되는가?

추적기간은 충분한가?

환자가 늘어나도 반응이 유지되고 있는가?

안전성은 어떠한가?

그리고 이 데이터가 파이프라인의 불확실성을 실제로 얼마나 줄였는가?

까지 질문할 수 있게 되는 것이 목적입니다.

여기까지 이해하면 다음 질문으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한 임상시험에 ORR, DOR, PFS, OS 등 수많은 지표가 존재한다면 도대체 어떤 지표를 가지고 임상시험의 성공과 실패를 판단하는 것일까요?

바로 여기에서 Primary Endpoint와 Secondary Endpoint, 즉 1차 평가지표와 2차 평가지표가 등장합니다.

다음 글에서는 왜 어떤 바이오기업은 좋은 2차 지표를 발표하고도 임상 실패로 평가받는지, 반대로 OS 데이터가 아직 완성되지 않았는데도 임상 성공을 발표할 수 있는지를 1차·2차 평가지표와 임상시험 성공 기준을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 이 글은 신약개발과 바이오기업의 임상시험 데이터를 이해하기 위한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본문에 사용한 기업명, 환자 수 및 임상 결과는 분석방법을 설명하기 위한 가상의 사례입니다. ORR, DOR, CR, PR 등의 개별 지표만으로 특정 신약의 임상적 가치나 허가 가능성, 투자 가치를 판단할 수 없습니다. 실제 임상시험은 시험설계, 환자군, 평가기준, 표본 수, 추적기간, 통계분석, 안전성 및 전체적인 Benefit-Risk를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특정 기업이나 금융상품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참고자료

U.S. Food and Drug Administration, Clinical Trial Endpoints for the Approval of Cancer Drugs and Biologics

U.S. Food and Drug Administration Oncology Center of Excellence, Project Confirm

U.S. Food and Drug Administration, Table of Surrogate Endpoints That Were the Basis of Drug Approval or Licensure

Eisenhauer EA et al., New Response Evaluation Criteria in Solid Tumours: Revised RECIST Guideline (Version 1.1), European Journal of Cancer

International Council for Harmonisation, E9 Statistical Principles for Clinical Trials

kf16block52
함께 보면 좋은 글

댓글 0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