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기업의 적정 시가총액은 어떻게 계산할까? 파이프라인 가치에서 주당가치까지
신약 파이프라인의 rNPV를 계산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핵심 파이프라인 A의 위험조정 가치가 3,000억 원이고, 파이프라인 B의 위험조정 가치가 1,000억 원으로 계산됐습니다.
그렇다면 이 바이오기업의 적정 시가총액은 4,000억 원일까요?
아직 계산이 끝난 것이 아닙니다.
기업에는 파이프라인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현금도 있고 부채도 있습니다. 앞으로 연구개발을 위해 사용할 돈도 필요합니다.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스톡옵션처럼 향후 주식 수를 늘릴 수 있는 잠재적인 희석요인도 있을 수 있습니다.
특히 바이오기업에서는 이 차이가 중요합니다.
파이프라인의 가치가 높더라도 현금이 부족하면 다음 임상시험에 도달하기 전에 추가 자금조달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같은 파이프라인 가치를 가진 기업이라도 충분한 순현금을 보유하고 있다면 주주에게 귀속되는 가치의 구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바이오기업 가치평가는 다음 질문까지 가야 합니다.
파이프라인의 가치는 얼마인가?
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가치 가운데 현재 주주에게 귀속될 수 있는 가치는 얼마이며, 이를 주식 수로 나누면 주당 얼마인가?
까지 계산해야 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앞에서 공부한 EV, Cash Runway, 희석, PoS, rNPV를 하나의 계산 구조로 연결해 보겠습니다.
파이프라인 가치와 시가총액은 같은 개념이 아니다
먼저 가장 중요한 구분부터 해야 합니다.
신약 파이프라인의 rNPV를 계산했다고 해서 그 숫자가 곧바로 회사의 적정 시가총액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가상의 A바이오가 다음 두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파이프라인 A rNPV: 3,000억 원
파이프라인 B rNPV: 1,000억 원
파이프라인 합산가치: 4,000억 원
여기까지만 보면 회사가 가진 신약 자산의 위험조정 가치를 4,000억 원으로 평가한 것입니다.
그런데 회사의 재무상태를 확인해 보니 다음과 같다고 가정하겠습니다.
현금 및 현금성 자산: 700억 원
이자부 부채: 200억 원
단순화하면 순현금은
700억 – 200억 = 500억 원입니다.
그렇다면 파이프라인만 계산했을 때와 현금·부채까지 고려했을 때 주주가 바라봐야 할 가치가 달라집니다.
이 때문에 파이프라인 가치와 기업 전체의 지분가치를 구분해야 합니다.
지난 EV 글과 연결하면 구조가 보인다
앞서 「시가총액과 기업가치(EV)는 무엇이 다를까?」에서 시가총액과 EV를 구분했습니다.
기본적인 관계를 단순화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EV = 시가총액 + 이자부 부채 – 현금
이를 시가총액 방향으로 바꾸면
시가총액 = EV – 이자부 부채 + 현금
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순현금을 사용하면 더 간단합니다.
지분가치 = 사업가치 + 순현금
단, 실제 기업에서는 우선주, 리스부채, 비영업자산, 투자자산 등 추가 조정항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이것은 기본 구조를 이해하기 위한 단순화된 식입니다.
바이오기업에서도 같은 사고방식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파이프라인 가치가 사업가치의 핵심이라면 이를 현금과 부채에 연결해서 주주에게 귀속되는 지분가치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가상의 A바이오를 처음부터 계산해 보자
지금부터는 하나의 가상기업을 끝까지 계산해 보겠습니다.
A바이오는 두 개의 주요 신약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고 가정합니다.
파이프라인 A rNPV: 3,000억 원
파이프라인 B rNPV: 1,000억 원
기타 파이프라인은 보수적으로 0원으로 평가한다고 가정하겠습니다.
그러면 핵심 파이프라인의 합산가치는
3,000억 + 1,000억
= 4,000억 원
입니다.
회사의 재무상태는 다음과 같이 가정하겠습니다.
현금 및 현금성 자산: 700억 원
이자부 부채: 200억 원
따라서 순현금은
700억 – 200억
= 500억 원
입니다.
다른 조정항목이 없다고 단순화하면 지분가치는
4,000억 + 500억
= 4,500억 원
으로 계산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4,500억 원이 아직 주당가치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다음 단계에서는 주식 수를 확인해야 합니다.
지분가치를 발행주식수로 나누면 끝날까
A바이오의 현재 발행주식수가 5,000만 주라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단순하게 계산하면
4,500억 원 ÷ 5,000만 주
= 주당 9,000원
입니다.
현재 주가가 6,000원이라고 가정한다면 계산상으로는 9,000원과 6,000원의 차이가 보입니다.
여기에서 바로
“적정주가가 9,000원이므로 50% 상승여력이 있다.”
라고 결론 내리고 싶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바이오기업에서는 특히 이 단계에서 멈추면 안 됩니다.
왜냐하면 지금 계산에는 잠재적인 주식 수 증가가 빠져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바이오기업에서는 기본주식수보다 희석주식수를 확인해야 한다
A바이오가 현재 5,000만 주를 발행했다고 가정했습니다.
그런데 공시를 확인해 보니 다음과 같은 잠재적인 주식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전환사채 전환 가능 주식: 500만 주
신주인수권 행사 가능 주식: 200만 주
스톡옵션: 100만 주
단순 합계는 800만 주입니다.
모두 주식으로 전환되거나 행사된다고 가정하면 잠재 희석주식수는
5,000만 + 800만
= 5,800만 주
가 됩니다.
같은 지분가치 4,500억 원을 5,800만 주로 나누면
4,500억 ÷ 5,800만
≈ 주당 7,759원
입니다.
앞에서 기본주식수만 사용했을 때는 9,000원이었습니다.
잠재 희석을 단순 반영하니 약 7,759원이 됩니다.
기업가치는 그대로인데 주당가치는 달라졌습니다.
바로 이것이 이전에 공부했던 Dilution이 가치평가 단계에서 다시 등장하는 이유입니다.
다만 실제 희석 계산에서는 모든 잠재증권을 무조건 현재 주식처럼 더하는 것이 아니라 전환가격, 행사가격, 조건, 만기, 리픽싱 조항, 현 주가와의 관계 등을 확인해야 합니다.
따라서 위 계산은 희석의 영향을 보여주기 위한 단순한 예시입니다.
CB가 있다고 무조건 전환주식 전부를 더하면 안 된다
이 부분은 실제 투자에서 중요합니다.
전환사채가 있다고 해서 표시된 잠재주식수를 아무 조건 없이 전부 발행주식수에 더하는 방식은 정확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전환사채에는 전환가격이 있습니다.
현재 주가가 전환가격보다 크게 낮다면 즉시 전환할 경제적 유인이 낮을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주가가 전환가격을 크게 웃돌면 전환 가능성을 더 중요하게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전환가격 조정, 즉 리픽싱 조건이 존재할 수도 있습니다.
전환가격이 낮아지면 같은 전환사채 금액으로 발행될 수 있는 주식 수가 증가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바이오기업의 잠재 희석을 분석할 때는 단순히
“CB 300억 원이 있다.”
만 확인해서는 부족합니다.
전환가격은 얼마인가?
전환 가능한 주식 수는 몇 주인가?
리픽싱 조건은 있는가?
최저 조정가격은 얼마인가?
전환청구 가능기간은 언제인가?
현재 주가와 전환가격의 차이는 얼마인가?
를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현금 700억 원을 그대로 더해도 될까
여기서 한 단계 더 들어가 보겠습니다.
앞의 계산에서는 A바이오의 현금 700억 원을 거의 그대로 가치에 반영했습니다.
하지만 바이오기업에서는 이 부분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 현금은 금고에 영원히 남아 있는 돈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A바이오가 임상 3상을 준비하고 있고 앞으로 막대한 연구개발비를 사용해야 한다면 현재 보유한 현금 상당 부분이 향후 개발에 사용될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rNPV 모델의 구조가 중요해집니다.
만약 파이프라인 rNPV를 계산할 때 향후 예상되는 개발비를 이미 미래 현금흐름에서 차감했다면, 현재 보유현금을 별도로 반영하는 논리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파이프라인 가치 계산에서 미래 개발비를 제대로 차감하지 않았다면 현금을 더하면서 향후 개발비도 무시하게 되어 기업가치를 과대평가할 수 있습니다.
즉 가치평가에서는 항상 확인해야 합니다.
이 비용은 이미 어디에 반영했는가?
같은 비용을 두 번 빼는 것도 문제이고, 어디에서도 빼지 않는 것도 문제입니다.
Cash Runway가 여기에서 다시 중요해진다
현재 현금이 700억 원이라는 사실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회사가 1년에 100억 원을 사용하는 기업인지, 500억 원을 사용하는 기업인지에 따라 의미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A바이오의 향후 12개월 예상 현금소진액이 400억 원이라고 하겠습니다.
현재 현금은 700억 원입니다.
그리고 중요한 임상 3상 결과는 약 24개월 뒤에 나온다고 가정하겠습니다.
그렇다면 투자자가 물어야 할 질문은
“현재 현금으로 그 임상 결과까지 도달할 수 있는가?”
입니다.
이것이 앞에서 공부했던 Cash Runway와 Clinical Clock의 관계입니다.
파이프라인 rNPV가 4,000억 원이라고 계산됐더라도 회사가 그 가치변곡점까지 도달하기 전에 현금이 부족해진다면 추가 자금조달 가능성을 생각해야 합니다.
추가 자금조달이 유상증자나 CB 발행으로 이루어진다면 다시 희석 문제가 발생합니다.
결국
rNPV → 현금 → Cash Runway → Funding Gap → 자금조달 → Dilution → 주당가치
가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됩니다.
현재 주식수만 사용하는 가치평가가 위험한 이유
두 바이오기업을 비교해 보겠습니다.
A바이오와 B바이오 모두 계산된 지분가치가 5,000억 원이라고 가정하겠습니다.
현재 발행주식수도 각각 5,000만 주입니다.
단순 계산하면 두 회사 모두 주당가치가
5,000억 ÷ 5,000만
= 10,000원
입니다.
그런데 A바이오는 추가 자금조달 없이 다음 임상 결과까지 갈 수 있는 현금을 가지고 있습니다.
반면 B바이오는 6개월 후 현금이 부족해질 가능성이 높고 1,000억 원 규모의 추가 자금조달이 필요하다고 가정하겠습니다.
현재 숫자만 보면 두 회사가 똑같아 보입니다.
하지만 앞으로 필요한 자금과 그 조달 방식까지 고려하면 기존 주주가 최종적으로 보유하게 되는 경제적 가치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바이오기업에서는
현재 주당가치
와
미래 자금조달까지 고려한 주당가치
를 구분해서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래 유상증자를 간단하게 반영해 보자
A바이오가 앞으로 600억 원의 추가 자금이 필요하다고 가정하겠습니다.
회사가 주당 6,000원에 신주를 발행해 전액 조달한다고 단순 가정하면 신규 발행주식수는
600억 ÷ 6,000원
= 1,000만 주
입니다.
기존 발행주식수가 5,000만 주였다면 증자 후 주식수는
5,000만 + 1,000만
= 6,000만 주
가 됩니다.
기존 주주의 지분비율은 그만큼 낮아집니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회계적·경제적 포인트가 있습니다.
유상증자를 하면 주식 수만 늘어나는 것이 아닙니다.
회사에는 동시에 600억 원의 새로운 현금이 들어옵니다.
따라서
주식수만 늘리고 기업가치는 그대로라고 가정하면 안 됩니다.
이것은 희석을 분석할 때 자주 발생할 수 있는 오류입니다.
신주발행으로 들어온 현금과 그 돈이 앞으로 어떤 가치를 만들어낼지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희석은 무조건 ‘가치 파괴’와 같은 말이 아니다
이전 희석 글과도 연결되는 부분입니다.
주식 수가 증가하면 기존 주주의 지분율은 낮아집니다.
하지만 그 자체만으로 기업 전체의 가치가 같은 비율로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회사가 600억 원을 조달해 임상 3상을 성공적으로 완료하고 파이프라인의 불확실성을 크게 낮출 수 있다면 자금조달을 통해 미래 기업가치가 증가할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낮은 가격에서 반복적인 증자를 하면서도 개발성과를 만들지 못한다면 기존 주주에게 매우 불리한 결과가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투자자가 봐야 할 것은
희석이 발생했는가
만이 아닙니다.
더 중요한 질문은
“새롭게 조달한 자본이 주식 수 증가 이상의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
입니다.
이 질문은 바이오기업 자금조달을 평가할 때 상당히 중요합니다.
파이프라인이 여러 개라면 어떻게 계산할까
실제 바이오기업은 하나의 파이프라인만 보유하고 있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기업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파이프라인 A rNPV: 3,000억 원
파이프라인 B rNPV: 1,200억 원
파이프라인 C rNPV: 500억 원
총 파이프라인 가치:
3,000 + 1,200 + 500
= 4,700억 원
순현금:
600억 원
다른 조정항목이 없다고 단순화하면 지분가치는
4,700 + 600
= 5,300억 원
이 됩니다.
잠재 희석을 고려한 주식수가 6,500만 주라면
5,300억 ÷ 6,500만
≈ 주당 8,154원
입니다.
이렇게 하면 파이프라인별 분석이 하나의 기업가치로 연결됩니다.
하지만 여기에도 함정이 있습니다.
모든 파이프라인을 단순히 더하면 안 되는 경우도 있다
A, B, C 파이프라인이 완전히 독립적이라면 각각의 위험조정 가치를 계산해 합산하는 접근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기업에서는 파이프라인들이 같은 플랫폼 기술에 의존하거나 동일한 표적을 공유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핵심 플랫폼의 작동원리가 실패하면 여러 파이프라인의 성공 가능성이 동시에 낮아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하나의 임상 성공이 같은 플랫폼을 사용하는 다른 파이프라인의 불확실성을 줄여줄 수도 있습니다.
즉 파이프라인 사이의 위험이 완전히 독립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A 가치 + B 가치 + C 가치
라고 단순 합산하기 전에 파이프라인 사이에 공통된 과학적·기술적 위험이 있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초기 파이프라인에 높은 가치를 부여할 때 특히 조심해야 한다
기업이 10개의 파이프라인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10개 모두에 큰 가치를 부여할 필요는 없습니다.
후보물질 탐색 단계나 초기 전임상 단계의 파이프라인은 임상단계 자산보다 불확실성이 훨씬 큽니다.
충분한 데이터가 없다면 억지로 정밀한 숫자를 만드는 것보다 보수적으로 평가하거나 별도의 옵션 가치처럼 구분해서 보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가치평가에서 숫자가 많다고 분석이 정교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근거가 약한 숫자를 많이 넣으면 오히려 모델의 신뢰성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플랫폼 기술은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바이오기업 중에는 개별 신약뿐 아니라 플랫폼 기술 자체를 강조하는 기업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하나의 전달기술이나 항체 플랫폼을 이용해 여러 신약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하는 회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때
파이프라인 A 가치
파이프라인 B 가치
플랫폼 가치
를 단순히 모두 더하면 이중계산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이미 A와 B의 rNPV에 플랫폼의 기술적 장점이 반영되어 있는데 플랫폼 자체에 다시 큰 가치를 부여한다면 같은 경제적 가치를 두 번 계산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플랫폼 기업을 평가할 때는
현재 개별 파이프라인 가치에 이미 포함된 부분과 아직 포함되지 않은 미래 확장 가능성
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술이전 계약이 있는 파이프라인은 계산 구조가 달라질 수 있다
바이오기업이 파이프라인의 권리를 직접 모두 보유하지 않고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이전했다면 미래 경제적 이익의 구조가 달라집니다.
회사가 직접 제품을 판매해 전체 매출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계약금,
개발 마일스톤,
허가 마일스톤,
판매 마일스톤,
로열티
등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 경우 해당 파이프라인의 가치를 계산하면서 글로벌 전체 매출을 그대로 회사의 미래 현금흐름으로 넣으면 과대평가가 될 수 있습니다.
투자자는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회사가 어떤 지역의 권리를 보유하고 있는가.
개발비는 누가 부담하는가.
판매권은 누가 가지고 있는가.
마일스톤 조건은 무엇인가.
로열티율은 어떻게 구성되는가.
이미 받은 계약금은 현재 현금에 포함되어 있는가.
특히 마지막 질문이 중요합니다.
이미 받은 계약금을 파이프라인 가치에도 넣고 현재 현금에도 다시 더한다면 이중계산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치평가에서 가장 조심해야 하는 것이 이중계산이다
바이오기업 가치평가를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공식보다도 각 항목이 어디에 반영됐는지 추적하는 일입니다.
대표적인 이중계산 위험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향후 개발비를 rNPV에서 이미 차감했는데 기업가치 계산에서 다시 차감하는 경우.
기술이전 계약금을 현금에 포함했는데 파이프라인 가치에도 다시 포함하는 경우.
플랫폼의 경제적 가치가 개별 파이프라인에 반영되어 있는데 플랫폼 가치를 다시 추가하는 경우.
부채를 EV 계산에서 이미 반영했는데 지분가치 계산에서 다시 차감하는 경우.
반대로 누락도 문제입니다.
향후 임상 3상 비용을 어디에도 반영하지 않았거나,
CB의 잠재 희석을 완전히 제외했거나,
대규모 마일스톤 지급의무가 있는데 무시했다면 가치가 과대평가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가치평가 모델을 만들 때는 각각의 숫자 옆에
“이 항목은 어디에서 반영했는가?”
를 표시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적정 시가총액은 하나의 정확한 숫자가 아니다
여기까지 계산하면
“그렇다면 적정 시가총액은 얼마인가?”
라는 질문이 생깁니다.
하지만 바이오기업에서는 하나의 정확한 숫자를 제시하는 것보다 범위로 보는 편이 더 현실적입니다.
앞선 rNPV 글에서 살펴봤듯 파이프라인 가치 자체가 여러 가정에 의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A바이오를 세 가지 시나리오로 계산한다고 가정하겠습니다.
보수적 시나리오:
파이프라인 합산가치 3,000억 원
기준 시나리오:
파이프라인 합산가치 4,000억 원
낙관적 시나리오:
파이프라인 합산가치 6,000억 원
순현금을 500억 원으로 동일하게 가정하면 지분가치는 각각
3,500억 원
4,500억 원
6,500억 원
이 됩니다.
잠재 희석주식수를 5,800만 주로 가정하면 주당가치는 약
6,034원
7,759원
11,207원
으로 크게 달라집니다.
같은 회사인데도 입력한 가정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집니다.
이것이 바이오기업의 적정가치를 단 하나의 숫자로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현재 주가와 비교할 때는 거꾸로 질문해 볼 수 있다
가치평가의 목적은 반드시 목표주가를 만드는 것만은 아닙니다.
오히려 현재 시장가격에서 거꾸로 생각하는 방법이 유용할 수 있습니다.
가상의 A바이오 시가총액이 현재 3,000억 원이라고 하겠습니다.
순현금이 500억 원이라면 아주 단순화한 현재 EV는
3,000억 – 500억
= 2,500억 원
정도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내가 계산한 파이프라인 위험조정 가치는 4,000억 원이라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그러면
“시장은 왜 내가 계산한 것보다 낮게 평가하고 있을까?”
라는 질문이 생깁니다.
여기에서 바로
“시장이 틀렸다.”
라고 결론 내리는 것은 위험합니다.
오히려 내 가정을 다시 검토해야 합니다.
임상 성공확률을 너무 높게 잡은 것은 아닌가.
Peak Sales를 과도하게 계산하지 않았는가.
출시 시점을 너무 빠르게 가정하지 않았는가.
경쟁약의 영향을 충분히 반영했는가.
향후 개발비를 과소평가하지 않았는가.
추가 자금조달과 희석 가능성을 빠뜨리지 않았는가.
특허와 독점기간을 과대평가하지 않았는가.
시장과 내 계산의 차이는 때로는 투자기회일 수도 있지만, 때로는 내가 놓친 위험의 가격일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가치평가의 목적은
“시장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
이 아니라
“시장과 내 가정이 어디에서 다른지 찾는 것”
이어야 합니다.
반대로 시가총액이 rNPV보다 훨씬 높다면
반대 상황도 중요합니다.
파이프라인과 순현금을 모두 계산했는데 기준 시나리오의 지분가치가 5,000억 원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런데 실제 시가총액은 1조 원입니다.
그러면 시장이 추가로 무엇을 평가하고 있는지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임상 성공확률에 대한 더 높은 기대일 수도 있습니다.
Peak Sales에 대한 더 높은 기대일 수도 있습니다.
추가 적응증 확장 가능성,
기술이전 가능성,
아직 모델에 넣지 않은 후속 파이프라인,
플랫폼 기술의 확장성,
M&A 가능성
등이 반영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단순한 시장 과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바로 결론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현재 시가총액을 설명하려면 어떤 가정이 필요한지 역으로 계산해 보는 것입니다.
이런 방식으로 가치평가를 사용하면 단순한 목표주가 계산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바이오기업 가치평가표를 직접 만든다면
지금까지의 내용을 하나의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은 구조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 항목 | 가상 A바이오 |
|---|---|
| 파이프라인 A rNPV | 3,000억 원 |
| 파이프라인 B rNPV | 1,000억 원 |
| 파이프라인 합산가치 | 4,000억 원 |
| 현금 | 700억 원 |
| 이자부 부채 | -200억 원 |
| 추정 지분가치 | 4,500억 원 |
| 기본 발행주식수 | 5,000만 주 |
| 잠재 희석주식 | 800만 주 |
| 완전희석 가정 주식수 | 5,800만 주 |
| 단순 추정 주당가치 | 약 7,759원 |
이 표만 보면 계산 자체는 복잡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실제 분석의 대부분은 표 안의 숫자를 만드는 과정에서 이루어집니다.
파이프라인 A가 정말 3,000억 원인가.
파이프라인 B의 성공확률은 적절한가.
현금 중 실제 사용할 수 있는 현금은 얼마인가.
부채 범위는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CB는 실제 전환 가능성이 높은가.
향후 증자는 어느 정도 필요한가.
이 질문에 어떤 답을 넣느냐에 따라 최종 결과가 달라집니다.
결국 주당가치는 마지막 결과일 뿐이다
바이오기업 가치평가를 시작하면 가장 궁금한 것은 보통 적정주가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흐름을 거꾸로 올라가 보면 주당가치는 가장 마지막에 나오는 숫자입니다.
주당가치
↑
희석 후 주식수
↑
지분가치
↑
현금과 부채
↑
파이프라인 rNPV
↑
임상 성공확률
↑
예상 미래 현금흐름
↑
시장 규모와 시장점유율
↑
임상 데이터와 개발단계
즉 적정주가라는 숫자는 수많은 가정의 결과입니다.
그래서 적정주가만 보는 것보다 그 숫자를 만든 가정을 보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지금까지 공부한 기업분석이 여기에서 하나로 합쳐진다
기업분석 카테고리에서 지금까지 살펴본 개념들을 연결해 보겠습니다.
기업의 현금흐름을 확인합니다.
↓
Cash Burn을 계산합니다.
↓
Cash Runway를 확인합니다.
↓
다음 임상 가치변곡점까지 자금이 충분한지 봅니다.
↓
Funding Gap이 존재하는지 확인합니다.
↓
유상증자·CB·BW 가능성을 생각합니다.
↓
잠재적인 Dilution을 계산합니다.
↓
시가총액과 EV를 구분합니다.
↓
신약 파이프라인의 경제적 가치를 추정합니다.
↓
임상 성공확률을 반영합니다.
↓
rNPV를 계산합니다.
↓
파이프라인 가치를 합산합니다.
↓
현금과 부채를 조정합니다.
↓
잠재 희석주식수를 반영합니다.
↓
마지막으로 주당가치를 계산합니다.
이제 각각 따로 보였던 재무와 임상, 가치평가 개념이 하나의 구조로 연결됩니다.
바이오기업은 일반 제조기업처럼 현재 영업이익만 가지고 평가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현재 매출보다 미래 신약의 가치가 기업가치에서 훨씬 큰 비중을 차지하는 개발단계 기업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미래 신약의 예상 매출만 보고 기업가치를 계산해서도 안 됩니다.
그 미래에 도달할 확률이 있고,
도달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고,
그동안 개발비가 필요하며,
회사의 현금이 부족하면 추가 자금조달이 필요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주식 수가 증가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바이오기업의 가치평가는 결국
과학 → 임상 → 확률 → 시간 → 현금 → 자금조달 → 희석 → 기업가치 → 주당가치
를 하나로 연결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적정주가를 맞히는 것보다 중요한 질문
가치평가 모델을 만들면 숫자가 정교해 보입니다.
7,759원.
8,154원.
11,207원.
하지만 이런 숫자를 정확한 미래 주가라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입력값 가운데 상당 부분이 미래에 대한 가정이기 때문입니다.
임상시험 하나가 실패하면 성공확률 가정이 크게 바뀔 수 있습니다.
경쟁약이 예상보다 좋은 결과를 내면 시장점유율 가정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임상이 1년 지연되면 개발비와 할인기간이 달라집니다.
예상보다 빠르게 현금이 소진되면 추가 자금조달 가능성도 커집니다.
반대로 예상보다 좋은 임상 결과가 나오거나 기술이전 계약이 체결되면 기존 가정을 다시 계산해야 합니다.
따라서 바이오기업 가치평가의 목적은 미래 주가를 정확히 맞히는 데 있지 않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현재 주가가 어떤 기대를 반영하고 있는지 이해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기대를 구성하는 가정을 하나씩 분해하는 것입니다.
이 회사의 현재 시가총액이 정당화되려면 신약이 어느 정도 성공해야 하는가?
얼마의 매출을 만들어야 하는가?
그때까지 필요한 현금은 얼마인가?
추가 자금조달이 발생한다면 내 지분가치는 어떻게 달라지는가?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다면 단순히
“이 종목이 싸다.”
“이 종목이 비싸다.”
라는 판단보다 훨씬 구체적인 기업분석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이것이 파이프라인 가치에서 주당가치까지 계산해 보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 이 글은 바이오기업의 가치평가 구조를 이해하기 위한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본문에서 사용한 A바이오와 모든 수치는 계산방법을 설명하기 위한 가상의 사례입니다. rNPV, 임상 성공확률, 미래 매출, 개발비, 희석주식수 등의 가정에 따라 추정가치는 크게 달라질 수 있으며 계산 결과가 실제 기업가치나 미래 주가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특정 기업이나 금융상품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참고자료
International Financial Reporting Standards, IFRS 9 Financial Instruments
International Accounting Standards Board, IAS 7 Statement of Cash Flows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 사업보고서 및 증권발행 관련 공시 체계
U.S. Food and Drug Administration, Drug Development and Review Definitions
BIO, Clinical Development Success Rates and Contributing Factors 2011–2020
Nature Biotechnology, 바이오·신약개발 자산의 위험조정 가치평가 관련 연구 및 Bioentrepreneur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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