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현금소진율(Burn Rate)을 계산하는 방법
바이오기업의 현금소진율(Burn Rate)을 계산하는 방법
2018년 처음 바이오주에 투자했을 때 저는 기업의 현금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를 거의 보지 않았습니다.
첫 투자 종목이 HLB였고, 당시 제가 가장 관심을 가졌던 것은 신약이 성공할 것인지와 주가가 얼마나 올라갈 수 있는지였습니다. 큰 상승을 경험했을 때도 욕심 때문에 매도하지 못했고, 결국 수익이 손실로 바뀌는 경험도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유상증자와 CB, BW 같은 자금조달 이슈가 주가와 기존 주주의 지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도 경험했습니다.
돌이켜보면 당시에는 이런 질문을 제대로 하지 않았습니다.
“이 회사는 지금 가진 돈으로 신약개발을 언제까지 계속할 수 있을까?”
좋은 신약 후보물질을 가지고 있다는 것과 그 신약을 끝까지 개발할 수 있는 충분한 자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신약개발에는 시간이 필요하고 그 시간을 버티기 위해서는 현금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지금은 바이오기업을 분석할 때 임상시험 일정과 함께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숫자 중 하나가 Burn Rate, 즉 현금소진 속도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Burn Rate 역시 숫자 하나만 계산해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지난 1년 동안 얼마를 썼는지뿐만 아니라 최근 현금소진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지, 앞으로 대규모 임상시험이 예정돼 있는지까지 함께 봐야 실제 투자에 도움이 되는 숫자가 됩니다.
Burn Rate란 무엇인가
Burn Rate는 기업이 일정 기간 동안 현금을 얼마나 빠르게 사용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개념입니다.
특히 아직 안정적인 영업현금 창출 능력이 없는 스타트업이나 신약개발 바이오기업의 자금상태를 살펴볼 때 유용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바이오기업이 최근 1년 동안 영업활동 과정에서 360억 원의 현금을 사용했다고 단순화해 보겠습니다.
연간 현금소진액은 360억 원이고 이를 12개월로 나누면
360억 원 ÷ 12개월 = 월평균 30억 원
입니다.
월평균 약 30억 원을 사용한 셈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바로
“이 회사의 Burn Rate는 앞으로도 월 30억 원이다.”
라고 결론 내리면 안 됩니다.
Burn Rate는 기본적으로 과거 자료에서 계산한 값이기 때문입니다.
바이오기업의 미래 현금소진은 임상시험 단계와 규모, 연구개발계획, 인력, 생산준비 등 여러 요인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Burn Rate를 하나의 숫자보다는 현금이 줄어드는 속도와 방향을 확인하는 과정으로 보는 편이 더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Burn Rate를 계산하기 전에 무엇을 현금으로 볼 것인가
여기서 의외로 중요한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회사가 가진 돈을 단순히 재무상태표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 하나로만 볼 것인지입니다.
가상의 A바이오 재무상태가 다음과 같다고 해보겠습니다.
현금 및 현금성자산: 400억 원
단기금융상품: 250억 원
사용이 제한된 예금: 100억 원
그러면 회사가 가진 돈을 750억 원이라고 계산해도 될까요?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사용이 제한된 자금은 신약개발과 일반 운영에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현금과 성격이 다를 수 있습니다.
단기금융상품 역시 만기와 유동성, 사용제한 여부 등을 확인해야 합니다.
따라서 저는 Cash Runway를 계산하기 전에 먼저 실제로 운영에 사용할 수 있는 현금성 자원이 얼마인지 확인하려고 합니다.
이 글에서는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해 이를 Usable Cash라고 부르겠습니다.
공식 회계용어라기보다 분석 편의를 위한 표현입니다.
Usable Cash = 회사가 실제 운영과 신약개발에 사용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현금성 자원
따라서 DART 사업보고서나 분기보고서를 볼 때 단순히 현금 및 현금성자산 한 줄만 보고 끝내기보다 관련 금융자산과 주석을 함께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1단계: Historical Burn Rate를 계산한다
가장 먼저 할 일은 과거 현금소진 속도를 계산하는 것입니다.
가상의 A바이오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최근 1년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360억 원
이었다고 가정하겠습니다.
단순한 월평균 Historical Burn Rate는
360억 ÷ 12 = 30억 원
입니다.
즉 지난 1년 동안 영업활동을 기준으로 월평균 약 30억 원의 현금을 사용했습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당기순손실을 그대로 Burn Rate로 사용하지 않는 것입니다.
앞의 글에서 살펴본 것처럼 회계상 손익과 실제 현금흐름은 다를 수 있습니다.
감가상각비나 주식기준보상처럼 비현금항목이 있을 수 있고, 운전자본 변화도 영업현금흐름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Burn Rate를 분석할 때는 손익계산서의 순손실보다 현금흐름표를 출발점으로 삼는 것이 더 유용합니다.
2단계: 1년 평균만 보지 말고 분기별 Burn을 확인한다
연간 Burn Rate에는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최근에 현금소진 속도가 급격하게 변하고 있어도 연평균 숫자가 그 변화를 희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A바이오의 최근 4개 분기 영업활동 현금유출을 다음과 같이 가정해 보겠습니다.
| 분기 | 영업활동 현금유출 |
|---|---|
| 1분기 | 60억 원 |
| 2분기 | 70억 원 |
| 3분기 | 100억 원 |
| 4분기 | 130억 원 |
| 합계 | 360억 원 |
연간으로 보면 360억 원입니다.
월평균으로 계산하면 30억 원입니다.
하지만 최근 4분기만 보면 3개월 동안 130억 원을 사용했습니다.
단순 월평균으로 환산하면
130억 ÷ 3 ≈ 43억 원
입니다.
연간 평균 30억 원과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이 기업의 현금소진 속도가 실제로 빨라지고 있는 것이라면 앞으로의 Cash Runway를 계산할 때 월 30억 원만 사용하는 것은 지나치게 낙관적일 수 있습니다.
3단계: Burn Acceleration의 원인을 찾는다
그렇다고 최근 분기 현금유출이 증가했다는 이유만으로 회사 상황이 나빠졌다고 판단해서도 안 됩니다.
바이오기업에서는 신약개발이 진행되면서 비용이 증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A바이오가
임상 1상
↓
임상 2상
↓
대규모 후기 임상
으로 진행하면서 시험기관과 환자 수가 증가하고 있다면 현금소진 증가가 개발 진행과 관련돼 있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임상시험은 계속 지연되고 있는데
분기 60억 → 70억 → 100억 → 130억
으로 현금소진만 증가한다면 다른 의미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현금소진 속도가 빨라지는 현상을 Burn Acceleration이라는 관점으로 봅니다.
이 역시 공식 회계지표가 아니라 투자 분석을 위해 사용하는 표현입니다.
제가 확인하려는 것은 단순합니다.
현금소진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면 신약개발 속도도 같이 빨라지고 있는가?
이 질문입니다.
돈을 더 쓰는 것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이 부분은 바이오기업 분석에서 중요합니다.
A바이오와 B바이오가 각각 연간 500억 원의 현금을 사용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A바이오는 그 기간 동안 핵심 파이프라인의 환자 모집을 완료하고 다음 임상단계로 진입했습니다.
B바이오는 같은 금액을 사용했지만 임상 일정이 계속 지연됐고 새로운 자금조달이 반복됐습니다.
두 회사의 Burn Rate는 비슷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금 사용의 결과는 다릅니다.
따라서 저는 Burn Rate를 볼 때 반드시 Development Progress와 함께 보려고 합니다.
Cash Burn ↑
동시에
Development Progress ↑
인지,
아니면
Cash Burn ↑
하지만
Development Progress → 또는 ↓
인지 구분해야 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회사가 현금을 신약의 가치와 개발진전으로 바꾸고 있는가입니다.
4단계: 현재 현금으로 몇 개월을 버틸 수 있는지 계산한다
이제 현재 사용 가능한 현금이 600억 원이라고 가정하겠습니다.
과거 1년 월평균 Burn Rate는 30억 원이었습니다.
가장 단순한 Cash Runway는
600억 ÷ 30억 = 20개월
입니다.
과거와 동일한 속도로 현금을 사용한다는 가정에서는 약 20개월을 버틸 수 있다는 계산입니다.
이 계산은 매우 유용하지만 동시에 매우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여기에는
앞으로도 월 30억 원을 사용한다
는 강한 가정이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바이오기업에서는 이 가정이 쉽게 깨질 수 있습니다.
5단계: Forward Burn Rate를 생각한다
A바이오가 6개월 뒤 대규모 임상 3상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최근까지 월평균 30억 원을 사용했지만 임상 3상에 들어간 이후에는 비용 증가로 월평균 현금소진이 45억 원 수준이 될 가능성을 분석 시나리오로 가정해 보겠습니다.
그러면 단순히
600억 ÷ 30억 = 20개월
이라고 계산하는 것보다 단계별로 보는 편이 낫습니다.
첫 6개월:
30억 × 6 = 180억 원
600억 원에서 180억 원을 사용하면
420억 원
이 남습니다.
그 이후 월 45억 원을 사용한다고 가정하면
420억 ÷ 45억 ≈ 9.3개월
입니다.
따라서 이 가정에서의 총 Runway는
6개월 + 약 9.3개월 = 약 15.3개월
입니다.
단순 Historical Burn으로 계산한 20개월과 비교하면 약 4.7개월 차이가 납니다.
바로 이것이 제가 바이오기업의 Burn Rate를 볼 때 과거 평균만으로 끝내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Forward Burn Rate는 예측값이지 사실이 아니다
여기서 매우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앞의 월 45억 원은 회사가 실제로 그렇게 사용할 것이라는 뜻이 아닙니다.
Forward Burn Rate는 미래 임상계획과 비용 변화를 반영해 만든 분석 시나리오입니다.
따라서 하나의 숫자로 단정하기보다 여러 시나리오를 만드는 편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 시나리오 | 월 Burn | 600억 기준 단순 Runway |
|---|---|---|
| 낮은 소진 | 25억 | 24개월 |
| 기준 소진 | 30억 | 20개월 |
| 높은 소진 | 45억 | 약 13.3개월 |
이렇게 보면
“Runway는 정확히 20개월이다.”
라고 말하는 것보다 훨씬 현실적인 분석이 됩니다.
투자는 미래를 정확히 맞히는 작업이라기보다 여러 상황이 발생했을 때 회사가 견딜 수 있는지를 살펴보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6단계: Burn Rate를 Clinical Clock과 비교한다
이제 Burn Rate 계산을 실제 바이오 투자에 연결해 보겠습니다.
A바이오의 핵심 임상 결과가 약 18개월 후 예정돼 있다고 가정하겠습니다.
Historical Burn 기준 Runway는
20개월
입니다.
겉으로 보면 핵심 임상 결과까지 갈 수 있을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임상 확대를 가정한 Forward Burn 시나리오에서는
약 15개월
입니다.
그러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Clinical Clock: 18개월
Forward Cash Runway: 약 15개월
Funding Gap: 약 3개월
이제 투자자가 확인해야 할 질문은 단순히
“신약이 성공할까?”
가 아닙니다.
“회사는 핵심 임상 결과가 나오기 전에 추가 자금이 필요해질 가능성이 있는가?”
라는 질문이 추가됩니다.
Funding Gap이 보이면 자금조달 방법을 생각한다
Funding Gap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유상증자를 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회사는 여러 방법으로 자금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기술이전,
공동개발 계약,
마일스톤 수령,
정부지원,
차입,
유상증자,
CB,
BW
등 다양한 방법이 있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Funding Gap = 유상증자 확정
이라고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중요한 것은 자금조달 필요성이 커질 수 있는 구간을 미리 인식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실제 자금조달 공시가 나오면 앞에서 공부했던 유상증자·CB·BW 분석으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7단계: Funding Gap을 희석 위험과 연결한다
가상의 A바이오에 약 300억 원의 추가 자금이 필요하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회사가 이를 유상증자로 조달한다면 새로운 주식이 발행될 수 있습니다.
CB라면 향후 전환에 따른 잠재주식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BW라면 신주인수권 행사에 따른 잠재 희석을 생각해야 합니다.
즉 Burn Rate는 단순한 현금관리 지표로 끝나지 않습니다.
바이오 투자자에게는 다음 구조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Burn Rate
↓
Cash Runway
↓
Clinical Clock
↓
Funding Gap
↓
Financing
↓
Potential Dilution
이 구조를 이해하면 유상증자나 CB 공시가 나왔을 때
“갑자기 악재가 나왔다.”
라고만 생각하는 대신 그 이전 재무제표에서 자금조달 필요성이 커지고 있었는지를 되짚어볼 수 있습니다.
저는 이것을 ‘Burn-to-Dilution Bridge’라고 생각한다
공식적인 재무용어는 아니지만 지금까지의 분석을 하나의 흐름으로 정리하기 위해 저는 이를 Burn-to-Dilution Bridge라고 생각합니다.
① Usable Cash
현재 실제 사용할 수 있는 현금성 자원을 확인합니다.
↓
② Historical Burn
과거 12개월 동안 실제 영업현금이 얼마나 소진됐는지 봅니다.
↓
③ Quarterly Burn Trend
최근 분기 현금소진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지 확인합니다.
↓
④ Burn Acceleration
소진속도 증가의 원인을 확인합니다.
↓
⑤ Forward Burn
향후 임상단계 변화를 고려해 시나리오를 만듭니다.
↓
⑥ Cash Runway
현재 자금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 계산합니다.
↓
⑦ Clinical Clock
다음 중요한 임상 결과까지 남은 시간과 비교합니다.
↓
⑧ Funding Gap
현금이 부족할 가능성이 있는 구간을 찾습니다.
↓
⑨ Financing & Dilution
추가 자금조달이 기존 주주에게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분석합니다.
이렇게 보면 Burn Rate는 더 이상 재무제표 속 숫자 하나가 아닙니다.
신약개발의 시간과 기존 주주의 희석 가능성을 연결하는 출발점이 됩니다.
Burn Rate 계산에서 제가 조심하는 다섯 가지
첫째, 순손실을 그대로 Burn Rate로 사용하지 않는다
순손실과 실제 현금유출은 다를 수 있습니다.
현금흐름표를 확인해야 합니다.
둘째, 한 분기만 보고 연간화하지 않는다
특정 분기에 임상비용이나 일회성 지급이 집중됐을 수 있습니다.
최근 여러 분기와 연간 흐름을 같이 봅니다.
셋째, 과거 Burn Rate가 미래에도 유지된다고 가정하지 않는다
임상단계가 변하면 비용구조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넷째, 현금잔액만 보고 안심하지 않는다
현금 1,000억 원을 가지고 있어도 연간 800억 원을 소진하는 기업과 200억 원을 소진하는 기업은 전혀 다릅니다.
다섯째, Burn Rate만으로 기업의 좋고 나쁨을 판단하지 않는다
현금을 많이 쓰더라도 그 자금으로 중요한 임상적 진전을 만들어내고 있다면 의미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결국 현금소진과 개발진전을 같이 봐야 합니다.
Burn Rate가 갑자기 증가했다면 사업보고서에서 무엇을 찾아볼까
예를 들어 전년 영업현금유출이 250억 원이었는데 올해 450억 원으로 증가했다고 가정하겠습니다.
저라면 바로 나쁘다고 판단하기보다 먼저 원인을 찾습니다.
임상시험 환자 수가 증가했는지,
후기 임상에 진입했는지,
연구개발 인력이 늘었는지,
임상시험수탁기관(CRO) 등에 대한 지급이 증가했는지,
생산 또는 CMC 관련 준비가 확대됐는지,
일회성 비용이 있었는지,
새로운 파이프라인을 도입했는지,
사업보고서와 주석, 회사의 임상개발 계획 등을 함께 확인합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숫자에서 끝내지 않고 사업의 변화와 연결하는 것입니다.
현금이 줄지 않았는데 Burn Rate가 큰 회사도 있다
이것도 처음에는 혼동하기 쉽습니다.
어떤 바이오기업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500억 원
이었다고 가정하겠습니다.
그런데 연말 현금은 오히려 전년보다 증가했습니다.
그러면
“현금을 소진하지 않은 것 아닌가?”
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회사가 같은 기간 유상증자나 CB 등을 통해 800억 원을 조달했다면 가능합니다.
단순화하면
영업활동 -500억
재무활동 +800억
이라면 다른 현금흐름을 제외한 단순 계산상 순현금은 증가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현금잔액 증가 = 사업에서 현금을 벌었다
는 의미는 아닙니다.
반드시 현금이 어디에서 들어왔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바이오기업의 ‘현금 1,000억 보유’라는 뉴스도 다시 봐야 한다
바이오기업 관련 기사에서
“현금성자산 1,000억 원 확보”
라는 표현을 볼 때가 있습니다.
숫자 자체만 보면 재무적으로 안정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투자자에게 더 중요한 질문은 다음입니다.
“그래서 몇 개월을 버틸 수 있는가?”
A기업:
현금 1,000억 원
연간 Burn 200억 원
단순 Runway 약 5년
B기업:
현금 1,000억 원
연간 Burn 800억 원
단순 Runway 약 15개월
같은 1,000억 원이지만 의미는 완전히 다릅니다.
그래서 저는 현금의 절대금액보다 현금 대비 소진속도를 같이 봅니다.
저점매수를 공부할 때 Burn Rate가 중요한 이유
바이오주가 고점 대비 크게 하락하면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이 정도 떨어졌으면 싸지 않을까?”
저 역시 과거에는 과거 최고가와 현재 주가를 비교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바이오기업의 주가가 많이 떨어졌다는 사실만으로 저평가를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주가가 하락한 기간 동안
현금은 얼마나 줄었는지,
임상은 얼마나 진행됐는지,
Burn Rate는 얼마나 증가했는지,
CB와 BW가 얼마나 늘었는지,
주식수가 얼마나 증가했는지,
다음 임상 결과까지 자금이 충분한지
를 같이 봐야 합니다.
예를 들어 주가는 70% 하락했는데
Cash Runway가 10개월밖에 남지 않았고,
핵심 임상 결과는 24개월 뒤이며,
기존 CB와 BW까지 상당량 남아 있다면
단순히
“고점보다 70% 싸다.”
고 판단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주가가 크게 하락했더라도
충분한 현금을 가지고 있고,
다음 주요 임상 결과까지 자금이 확보돼 있으며,
임상개발 자체는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면
그때부터 현재 기업가치와 파이프라인 가치를 더 깊게 분석해 볼 이유가 생깁니다.
Burn Rate는 매수 가격을 알려주는 지표가 아닙니다.
대신 지금 이 기업을 더 깊게 분석해도 되는지를 판단하는 재무적 필터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실제 바이오기업을 볼 때 만드는 간단한 표
복잡한 재무모델을 만들지 않더라도 다음 정도는 직접 정리해 볼 수 있습니다.
| 확인 항목 | 분석 내용 |
|---|---|
| Usable Cash | 실제 활용 가능한 현금성 자원 |
| 연간 Operating Cash Burn | 최근 12개월 영업현금유출 |
| 최근 분기 Burn | 최근 현금소진 속도 |
| Burn Trend | 증가 / 유지 / 감소 |
| Burn 증가 원인 | 임상 확대 / 일회성 / 기타 |
| Historical Runway | 과거 Burn 기준 |
| Forward Burn | 향후 임상비용을 고려한 시나리오 |
| Forward Runway | 미래 Burn 시나리오 기준 |
| Clinical Clock | 다음 핵심 임상 이벤트 |
| Funding Gap | Runway와 임상일정의 차이 |
| 기존 CB·BW | 잠재 희석 확인 |
| 예상 자금조달 | 가능성별 시나리오 |
저는 이 정도만 정리해도 단순히 주가 차트를 보는 것과는 전혀 다른 관점에서 바이오기업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Burn Rate에서 찾으려는 것은 ‘돈이 떨어지는 날짜’가 아니다
Burn Rate를 계산하는 목적은
“이 회사는 정확히 2027년 몇 월에 돈이 떨어진다.”
라고 맞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게 정확하게 예측할 수도 없습니다.
임상일정이 변할 수 있고,
비용도 달라질 수 있으며,
기술이전이나 파트너십이 체결될 수도 있고,
예상하지 못한 자금조달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제가 Burn Rate를 계산하는 이유는 미래를 맞히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어떤 위험을 미리 준비해야 하는지를 알기 위해서입니다.
현재 현금은 충분한가.
현금소진 속도는 빨라지고 있는가.
왜 빨라지고 있는가.
다음 임상 결과는 언제인가.
그 전에 돈이 부족해질 가능성이 있는가.
부족하다면 회사는 어떤 방법으로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가.
그 과정에서 기존 주주의 지분은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가.
이 질문들을 하나씩 연결하면 Burn Rate는 단순한 재무용어가 아니라 바이오기업을 분석하는 하나의 지도처럼 사용할 수 있습니다.
2018년 처음 바이오주에 투자했을 때 저는 신약이 성공하면 주가가 얼마나 올라갈지만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그 전에 하나를 더 보려고 합니다.
“그 성공 여부를 확인할 때까지 회사가 버틸 돈은 충분한가?”
신약개발에는 과학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 과학을 임상시험으로 증명하기 위해서는 결국 시간과 현금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바이오 투자자가 Burn Rate를 공부한다는 것은 단순히 회사가 돈을 얼마나 쓰는지를 계산하는 일이 아닙니다.
회사가 가진 현금으로 신약의 다음 가치가 증명되는 순간까지 도달할 수 있는지를 계산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 이 글은 바이오기업의 재무구조와 현금소진을 이해하기 위한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합니다. 본문에 사용된 기업과 수치는 계산 방법을 설명하기 위한 가상의 사례이며 특정 기업의 실제 재무상태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특정 종목이나 금융상품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으며 실제 투자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참고한 주요 자료
IFRS Foundation, IAS 7 Statement of Cash Flows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 상장기업 사업보고서·분기보고서 및 현금흐름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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