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후보물질의 효능은 어떻게 측정할까
신약 후보물질에 관한 바이오기업 자료를 읽다 보면 유난히 눈에 들어오는 숫자들이 있습니다.
“IC50 10nM 확인”
“암세포 증식 80% 억제”
“동물실험에서 종양 크기 70% 감소”
“기존 치료제 대비 우수한 항암효과 확인”
이런 문구를 처음 접하면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효능이 이 정도면 상당히 좋은 신약 후보물질 아닌가?”
그런데 신약개발 과정을 조금씩 공부하다 보면 이 질문에 바로 답하기가 어려워집니다.
왜냐하면 신약 후보물질의 효능은 단순히 숫자 하나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어떤 표적을 대상으로 했는지, 어떤 세포나 동물모델에서 시험했는지, 어떤 농도와 용량을 사용했는지, 무엇과 비교했는지, 동일한 결과가 반복됐는지에 따라 같은 숫자라도 의미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전임상시험에서 확인된 효능과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확인되는 유효성을 구분하는 것입니다.
FDA도 신약개발 과정에서 후보물질을 발견한 이후 실험실 및 동물시험을 통해 약리학적 특성과 독성 등을 평가하고, 이후 임상시험에서 사람을 대상으로 안전성과 효과를 확인하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바이오기업이 “효능을 확인했다”고 발표했을 때는 그 문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한 단계 더 들어가 볼 필요가 있습니다.
“어떤 실험을 통해 확인한 효능인가?”
저는 이 질문이 신약 후보물질을 이해하는 출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효능을 측정한다는 것은 정확히 무슨 뜻일까?
신약 후보물질의 효능을 평가한다는 것은 약물이 우리가 기대한 생물학적 변화를 실제로 만들어내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라고 이해하면 쉽습니다.
예를 들어 암을 치료하기 위한 후보물질을 개발한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연구자가 암세포의 성장에 중요한 특정 단백질을 표적으로 정했다면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후보물질이 그 표적에 실제로 작용하는지입니다.
표적 단백질의 활성을 억제하는 물질이라면 실제로 그 활성이 감소하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그다음에는 세포 수준에서 원하는 변화가 나타나는지 볼 수 있습니다.
암세포의 증식이 억제되는지, 세포 사멸이 증가하는지, 특정 신호전달 경로가 차단되는지 등을 확인하는 방식입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적절한 동물모델에서 실제로 치료 효과가 나타나는지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결국 하나의 후보물질을 평가하면서 질문이 단계적으로 바뀝니다.
“표적에 작용하는가?”
“세포에서 원하는 변화가 나타나는가?”
“생체에서도 같은 방향의 효과가 나타나는가?”
“그 효과를 얻기 위해 필요한 용량에서 안전성 문제가 없는가?”
“그리고 결국 사람에게서 실제 치료 효과가 확인되는가?”
신약개발에서 효능 평가가 여러 단계로 이루어지는 이유입니다.
가장 먼저 보는 것은 후보물질이 표적에 제대로 작용하는지입니다
이전에 신약 후보물질의 작용기전, 즉 MOA를 설명하면서도 이야기했지만 여기서 표적과 작용기전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질병에서 특정 단백질이 지나치게 활성화되어 문제가 발생한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연구자가 이 단백질의 활성을 억제하는 후보물질을 만들었다면 첫 번째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실제로 그 단백질의 활성이 억제되는지입니다.
이 단계에서는 생화학적 분석이나 세포 기반 분석 등 다양한 방법이 사용될 수 있습니다.
이때 자주 등장하는 개념이 potency입니다.
쉽게 설명하면 특정 조건에서 원하는 생물학적 반응을 얼마나 적은 농도에서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개념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표적을 강하게 억제한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좋은 신약 후보물질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표적에 대한 작용이 아무리 강하더라도 정상적인 조직이나 다른 중요한 단백질에 원하지 않는 영향을 준다면 실제 의약품으로 개발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신약 후보물질을 평가할 때는 효능만 따로 보는 것이 아니라 선택성, 약동학, 안전성 등을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IC50 숫자가 낮으면 무조건 좋은 후보물질일까?
바이오기업 자료를 보다 보면 IC50이라는 숫자를 자주 접하게 됩니다.
IC50은 특정한 실험 조건에서 약물의 활성을 50% 억제하는 데 필요한 농도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가령 후보물질 A의 IC50이 10nM이고 후보물질 B의 IC50이 100nM이라고 해보겠습니다.
같은 조건에서 같은 방식으로 측정했다면 일반적으로 A가 해당 실험에서 더 높은 potency를 보였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비교적 간단합니다.
문제는 서로 다른 실험에서 나온 숫자를 바로 비교할 때 발생합니다.
A는 특정 세포주에서 측정했고 B는 다른 세포주에서 측정했을 수도 있습니다.
실험 방법이나 조건도 다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A의 10nM과 B의 100nM을 단순히 놓고 “A가 10배 더 좋은 후보물질”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바이오기업의 발표자료를 읽을 때 숫자보다 실험 조건을 먼저 확인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어떤 모델을 사용했는지, 어떤 분석법을 사용했는지, 어떤 조건에서 측정했는지를 함께 봐야 합니다.
특히 서로 다른 기업의 후보물질을 비교할 때는 이 부분을 더욱 조심해야 합니다.
숫자가 작다는 이유만으로 후보물질의 전체적인 경쟁력을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세포실험에서 효과가 나타나는 것과 실제 신약이 되는 것은 다릅니다
신약 후보물질의 초기 효능을 확인할 때 세포를 이용한 실험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예를 들어 후보물질을 암세포에 처리했더니 세포의 증식이 감소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연구자 입장에서는 중요한 결과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사람에게 효과가 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실제 사람의 몸에서는 약물이 단순히 암세포와 만나는 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혈액을 통해 이동해야 하고, 원하는 조직에 도달해야 하며, 체내에서 흡수되고 분포하고 대사되고 배설되는 과정도 거칩니다.
약물이 너무 빨리 분해되거나 원하는 조직에 충분한 농도로 도달하지 못하면 세포실험에서 확인한 효과가 실제 치료효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예상하지 못한 조직에 높은 농도로 노출되면 안전성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래서 전임상 개발에서는 단순한 세포 독성이나 증식 억제뿐만 아니라 후보물질의 약리학적 특성과 약동학, 독성 등을 함께 조사합니다.
FDA 역시 전임상 단계에서 실험실 및 동물시험을 통해 약물의 약리학적 특성과 독성 정보를 확보하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동물실험에서는 무엇을 더 확인할까?
세포실험을 통과한 후보물질은 적절한 동물모델을 이용해 효능을 평가할 수 있습니다.
항암제라면 종양을 가진 동물모델에서 후보물질을 투여하고 종양 크기의 변화 등을 관찰하는 방식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여기서 투자자 입장에서 특히 눈여겨볼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대조군입니다.
후보물질을 투여한 동물의 종양이 줄었다는 사실만 봐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약물을 투여하지 않은 대조군에서는 어떻게 변화했는지 함께 봐야 합니다.
가능하다면 기존 치료제와 비교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도 중요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후보물질 투여군에서 종양 크기가 50% 감소했다고 하겠습니다.
이 숫자만 보면 상당히 큰 효과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대조군에서는 종양이 거의 변하지 않았는지, 아니면 실험 조건 자체에 의해 변화가 발생했는지에 따라 결과의 의미가 달라집니다.
또 어떤 용량에서 50% 감소가 나타났는지도 중요합니다.
아주 높은 용량에서만 효과가 나타났다면 실제 개발 가능성을 평가할 때는 안전성 자료와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따라서 “종양이 몇 퍼센트 줄었다”라는 숫자 하나보다 대조군, 용량, 실험모델, 반복실험 결과를 함께 보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효과가 강할수록 좋은 것일까?
여기서 신약개발의 상당히 중요한 문제가 등장합니다.
바로 효능과 안전성의 관계입니다.
가상의 후보물질 A와 B가 있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A는 아주 적은 용량에서도 강한 효과를 나타냅니다.
그런데 효과가 나타나는 용량에 가까워지면서 독성도 크게 증가합니다.
반면 B는 A보다 조금 더 많은 용량이 필요하지만 치료에 필요한 범위에서 비교적 안전한 특성을 보인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단순히 potency만 비교하면 A가 더 좋아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의약품 개발에서는 어느 후보물질이 환자에게 필요한 효과를 안전하게 제공할 가능성이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이 때문에 치료역(therapeutic window)이라는 개념도 중요합니다.
쉽게 말하면 원하는 치료효과가 나타나는 농도와 심각한 독성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는 농도 사이에 어느 정도 여유가 있는지를 생각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신약 후보물질을 평가할 때는 “얼마나 강한가?”뿐만 아니라 “필요한 효과를 낼 수 있는 범위에서 얼마나 안전한가?”라는 질문을 함께 해야 합니다.
용량을 높이면 효과도 계속 증가할까?
신약개발에서 또 하나 중요한 것이 농도 또는 용량과 반응의 관계입니다.
후보물질의 농도를 조금씩 높이면서 생물학적 반응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확인하면 후보물질의 특성을 더 자세히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를 concentration-response 또는 dose-response relationship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아주 낮은 농도에서는 효과가 거의 없다가 일정 농도부터 효과가 나타나고, 이후 농도가 증가하면서 효과가 커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어느 정도 이상 농도를 높여도 효과가 크게 증가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자료는 후보물질이 어느 정도의 노출 수준에서 원하는 효과를 만들어내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FDA 역시 용량과 반응의 관계를 이해하는 것이 적절한 용량을 결정하고 약물의 효과와 이상반응을 평가하는 데 중요하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바이오기업 자료에서 효능 그래프를 볼 수 있다면 단순히 가장 높은 막대만 보는 것보다 용량이 증가하면서 효과가 어떤 패턴으로 변화하는지를 보는 것이 훨씬 유용합니다.
한 번 잘 나온 결과와 반복해서 나오는 결과는 다릅니다
신약개발 자료에서 제가 중요하게 보는 개념 중 하나가 재현성입니다.
다만 이것은 제가 실험실에서 직접 연구했다는 의미가 아니라, 바이오기업의 연구자료를 읽을 때 투자자가 반드시 확인해야 할 요소라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한 번의 실험에서 후보물질이 상당히 좋은 결과를 나타냈다고 하겠습니다.
그 결과만으로는 아직 확인해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다른 실험에서도 같은 방향의 결과가 나오는지, 다른 조건에서는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실험모델을 바꾸었을 때도 효과가 유지되는지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초기 연구 결과는 표본과 실험조건이 제한적일 수 있기 때문에 결과를 어디까지 일반화할 수 있는지를 살펴봐야 합니다.
좋은 신약개발 자료는 단순히 결과 숫자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실험방법, 대조군, 표본, 조건 등을 함께 설명합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화려한 결과 하나보다 그 결과가 얼마나 탄탄한 실험설계에서 나온 것인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전임상에서 효과가 좋았다고 임상에서도 성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 부분은 바이오투자자라면 반드시 구분해야 합니다.
세포실험에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해서 동물실험에서도 반드시 같은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동물실험에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해서 사람에게서 같은 효과가 나타난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전임상 데이터의 목적은 후보물질이 사람을 대상으로 시험할 만한 충분한 과학적 근거와 안전성 정보를 확보하는 데 있습니다.
사람에게서 실제 치료효과가 있는지는 임상시험을 통해 별도로 확인해야 합니다.
FDA도 임상시험에서 실제 환자를 대상으로 약물의 안전성과 효과를 평가하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기업이
“동물실험에서 뛰어난 항암효과 확인”
이라고 발표했다면 이를
“임상 성공 가능성이 확인됐다”
또는
“FDA 승인 가능성이 높아졌다”
와 같은 의미로 바로 확대해서 해석해서는 안 됩니다.
전임상 결과와 임상 결과 사이에는 여전히 상당한 불확실성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임상시험에서는 ‘효능’보다 ‘환자에게 의미가 있는가’가 중요해집니다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에 들어가면 효능을 측정하는 방법도 달라집니다.
세포실험에서는 세포가 얼마나 살아남았는지 등을 측정할 수 있지만 환자에게는 그런 방식만으로 치료효과를 평가할 수 없습니다.
질환에 따라 적절한 임상적 평가변수를 설정해야 합니다.
항암제라면 종양 반응이나 무진행생존기간, 전체생존기간 등 여러 지표가 사용될 수 있습니다.
다른 질환에서는 증상 개선, 기능 변화, 특정 바이오마커 등이 중요한 평가변수가 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숫자가 좋아졌느냐가 아닙니다.
그 변화가 환자에게 실제로 의미 있는 치료상의 이익을 제공하는지, 그리고 그 이익과 함께 감수해야 하는 위험은 무엇인지가 중요합니다.
따라서 전임상 단계의 “효능”과 임상시험에서 말하는 “유효성”은 같은 의미로 사용해서는 안 됩니다.
바이오기업의 효능 발표를 볼 때 제가 먼저 확인하는 것들
신약 후보물질의 효능에 관한 자료를 접했을 때는 발표 제목보다 실제 데이터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장 먼저 확인할 것은 무엇을 측정했는가입니다.
IC50인지, 세포 생존율인지, 종양 크기인지, 특정 바이오마커인지에 따라 결과의 의미가 다릅니다.
그다음은 어떤 실험모델에서 측정했는가입니다.
시험관 또는 세포 수준의 결과인지, 동물모델의 결과인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결과인지 구분해야 합니다.
세 번째는 무엇과 비교했는가입니다.
대조군이 있는지, 기존 치료제와 직접 비교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네 번째는 어떤 농도와 용량에서 효과가 나타났는가입니다.
효과의 크기만큼 필요한 노출 수준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섯 번째는 안전성 자료가 함께 존재하는가입니다.
효능만 강조된 자료라면 같은 연구에서 안전성과 관련된 결과가 어떻게 나타났는지도 찾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여섯 번째는 결과가 반복되는가입니다.
한 번의 결과인지, 여러 실험과 모델에서 비슷한 결과가 확인됐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데이터가 현재 개발단계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가를 생각해야 합니다.
같은 “효능 확인”이라는 표현이라도 후보물질 발굴 단계에서 나온 결과와 임상 3상에서 나온 결과는 그 의미가 전혀 같지 않습니다.
기업 발표에서 좋은 숫자를 발견했을 때 한 번 더 생각해야 하는 이유
바이오기업의 자료는 기업의 연구성과를 알리는 목적이 있기 때문에 긍정적인 결과가 눈에 잘 들어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자체가 잘못됐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연구성과를 발표하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 당연한 활동입니다.
다만 투자자가 자료를 읽을 때는 발표 문구와 원자료를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기존 치료제 대비 우수”
라는 표현이 있다면 실제로 직접 비교시험을 진행한 것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강력한 효능 확인”
이라는 표현이 있다면 어느 실험에서 어떤 지표를 기준으로 강력하다고 판단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획기적인 결과”
라는 표현이 있다면 연구논문이나 학회 발표자료 등에서 구체적인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는지 살펴볼 수 있습니다.
결국 기업이 제공하는 한 문장을 믿느냐 의심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그 문장을 뒷받침하는 데이터를 직접 확인하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효능 데이터를 읽는 목적은 주가를 맞히는 것이 아닙니다
바이오투자를 하다 보면 임상 결과나 전임상 데이터가 발표될 때 주가가 크게 움직이는 경우를 접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신약개발 자료를 공부하는 목적이 어느 순간 “이 결과가 주가에 어떤 영향을 줄까?”로 바뀌기 쉽습니다.
하지만 신약개발 자체를 이해하는 관점에서는 조금 다르게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그 데이터가 과학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해야 합니다.
후보물질이 어떤 가설을 검증하려는 것인지, 실제로 그 가설을 뒷받침하는 데이터가 나왔는지, 아직 확인되지 않은 부분은 무엇인지 구분해야 합니다.
그 다음에야 기업의 개발단계와 경쟁환경, 자금상황, 시장에서 이미 반영하고 있는 기대 등을 별도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신약개발에서 좋은 데이터가 나왔다는 사실과 특정 기업의 주식이 좋은 투자대상이라는 판단은 동일한 문제가 아닙니다.
이 차이를 구분하는 것이 바이오기업 자료를 읽을 때 상당히 중요합니다.
신약 후보물질의 효능 측정 과정을 한 번에 이해하기
전체적인 흐름을 간단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후보물질 발견
→ 표적에 실제로 작용하는지 확인
→ 생화학적 분석
→ 세포 기반 효능시험
→ 농도와 반응의 관계 확인
→ 선택성 및 약리학적 특성 평가
→ 동물모델에서 생체 내 효능 확인
→ 약동학 및 독성 평가
→ 임상시험
→ 사람에게서 안전성과 유효성 평가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각각의 결과를 하나의 연속된 성공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입니다.
각 단계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새로운 질문을 만들어냅니다.
세포에서 효과가 있었으면 동물에서도 가능한가?
동물에서 효과가 있었다면 사람에게 투여할 수 있을 만큼 안전한가?
사람에게 투여할 수 있다면 실제 환자에게 의미 있는 치료효과가 있는가?
임상에서 효과가 있다면 기존 치료제와 비교해 어떤 의미가 있는가?
이처럼 단계가 올라갈수록 검증해야 할 질문도 달라집니다.
마무리
신약 후보물질의 효능을 측정하는 방법을 처음 공부하면 IC50, EC50, 종양 억제율, 반응률 같은 숫자부터 눈에 들어오기 쉽습니다.
저 역시 바이오 관련 자료를 접할 때 이런 숫자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신약개발 과정을 조금 더 깊게 들여다보면 숫자 자체보다 그 숫자가 만들어진 조건과 맥락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어떤 표적을 대상으로 했는지.
어떤 세포나 동물모델을 사용했는지.
어떤 농도와 용량을 사용했는지.
무엇과 비교했는지.
실험 결과가 반복되는지.
효능이 나타나는 범위에서 안전성은 어떠한지.
그리고 그 결과가 다음 개발단계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이런 질문을 함께 살펴봐야 후보물질의 효능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특히 바이오기업의 자료를 읽을 때는 “효능이 좋다”는 표현보다 어떤 실험에서 어떤 방법으로 측정된 결과인지를 먼저 확인하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IC50이 낮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후보물질의 가치를 판단해서도 안 되고, 동물실험에서 종양이 줄었다는 결과만으로 임상 성공을 가정해서도 안 됩니다.
전임상 데이터는 중요한 출발점이지만 사람에게서 실제 치료효과가 확인되는 과정은 별도로 존재합니다.
결국 신약개발을 공부하는 이유는 화려한 숫자에 반응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숫자가 실제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합니다.
바이오기업이 발표한 자료를 볼 때도 긍정적인 결과만 빠르게 읽기보다는 실험조건과 대조군, 용량, 안전성, 개발단계를 함께 확인한다면 후보물질의 가능성과 아직 남아 있는 불확실성을 보다 객관적으로 구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 글은 신약 후보물질의 효능 평가와 신약개발 과정을 이해하기 위한 교육 목적의 콘텐츠입니다. 특정 의약품의 복용을 권하거나 특정 기업의 주식 매수·매도를 추천하기 위한 글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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